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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승암 2013. 6. 19. 11:30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승객 476명을 싣고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의 침몰과 승객의 구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재난관리체계의 허술함은 온 국민의 가슴속에 시퍼런 멍을 들게 해놓고 말았다. 또 그 후유증은 언제 진정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난지 오늘로 7일째인데도 찾지 못한 희생자가 구조된 사람보다 많고 찾아내 인양된 사람도 모두 이 세상 사람은 아니어서 가족들의 오열과 절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살아서 구조되기를 온 국민이 염원하고 현실이 되길 바랐건만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만 차디찬 바다 속에서 올라오고 있으니 어찌 통탄치 않겠는가?

 

더욱 더 안타까운 일은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승선하였을 아름답고 순수한 단원고교 어린 학생들이 희생자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부모 품으로 돌아와 주길 염원했지만 현실로 이루어지질 않으니 어떻게 발을 뻗고 편히 잠에 들 수 있겠는가? 수학여행을 마치고 귀가해 친구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는 등..제주도는 어떻다는 등.. 신나게 떠벌리며 얘기할 내 아들, 내 딸이 이제는 살아 돌아온다고 장담을 못하니 이 또한 개탄할 일이 아닌가? 지금 SNS를 중심으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는 메시지의 노란리본 켐페인처럼 전 국민의 염원이 현실로 화답하길 기대해 본다.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우리 아들딸은 어디 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아직도 못 만나는 것일까? 체육관에 모여 피 멍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다리고 기다려도 내 가족의 생사를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이 사태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들이 생사를 모른 채 수십 미터 깜깜한 진도근처 바다 속에 갇혀 있다. 이제 희미하던 생존희망도 사라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되니 한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질 않겠는가? 싸늘한 주검일지언정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우리 모두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지금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두가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의 일처럼 슬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현재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에 전념하고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세월호의 참사를 지휘하고 인명구조과정에서 보여준 재난대응체계는 안타깝게도 초기대응미숙과 승선자 통계혼란 등으로 희생자 가족들을 두 번이나 울렸기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강한 조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곧바로 구조작업을 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골든 타임(사고 후 30)이 실종자 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선체 진입 시도가 늦어지면서 그 타임을 놓친 것이 생존자수를 줄인 엄청난 결과는 틀림없지 않는가? 배 안에 에어포켓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는 48시간까지 그냥 흘려보냈다고 한다..다른 건 몰라도 초기대응이 후진국 형 재난대응체계를 여실히 보여줘 국민의 불신을 키웠고 생존자를 하나도 구조하지 못했으니 관계기관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고 해역이 유속이 빠르고 오고 가는 배들이 많아 평소 항해를 할 때 신경을 써서 조심하고 있다"고 이 배의 선장이 조사과정에서 진술한바 있다. 세월호가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선장 본인도 알고 있었음에도 경험 없는 3등 항해사에게 키를 맡기고 침실로 가버렸다고 하니 상식 밖의 행동이고 막을 수 있었던 인재가 아니었던가? 더욱 더 기막힐 일은 선원의 임무인 구명활동도 외면하고 운명을 같이 해야 할 여객선을 먼저 탈출까지 하다니..배는 침몰중인데 '움직이지 말고 객실에 가만히 있어라' 안내는 탈출 기회조차 박탈해버려 주검으로 이르게 만들었지 않은가? 살인행위나 무엇이 다른가? 이번 세월호 사고의 모든 것이 우리사회, 국가조직에 만연되고 있는 책임감 없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비극으로 다시는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다같이 깊이 반성하면서 모두의 뼈아픈 성찰로서 위험사회를 벗어 던져야만 한다. 또 닥칠지도 모를 비극적인 큰일에 대비하여 선진국 형 위기관리 능력을 배우고 학습해야겠다. 공무원들의 안이한 인식과 태만으로 구조가 늦어지고 엉뚱한 힘만 소비했다는 비판도 거세었다. 책임자 처벌과 희생자 보상, 관계 법령정비도 해야겠지만 재난구조체계의 총체적 수정으로 재난 발생시 신속히 대응케 해야 한다관공서 구성원 각자의 책무를 일깨우는 상시훈련으로 위기대처에도 계획성 있게 접근해 나가도록 대처해야 한다.  어제 뉴스를 보니 정부주도로 재난관리체계의 전면적인 수정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제발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책수립으로 개발도상국 형 인재라는 오명도 벗고 이후 다시는 세월호 사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